"전통문화 보존은 투자" 김주한 정릉4동 전승문화번영회장32년째 명맥 이어온 번영회 붕괴위기서 '구조'…11월2일 '한신대동산신제' 봉행
“전통문화는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으며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잖습니까? 정릉4동의 ‘전승문화번영회장’이란 중책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인 이유라고 할 수 있지요.”
32년간 쌓아온 성북제일의 공동체조직인 정릉4동 전승문화번영회가 자칫 도태될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조직을 소생시킨 김주한(金柱漢·51·사진) 제11대 회장.
청수골상가번영회장, 방위협의회, 생활안전협의회, 자율방재단 등을 역임하고 현재 동 주민자치회 등에 몸담아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인 그가 올 2월 취임 후 지난달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마마우동 정릉점 정문에 현판을 내걸고 본격 채비에 나섰다.
정릉4동 전승문화번영회가 창단된 건 1992년 10월. 초대회장인 사학자 야우(野牛·93) 윤종철 선생이 발족시킨 유서 깊은 단체다. 매년 봄이면 경로잔치와 효자효부를 발굴해 시상함으로써 미풍양속을 계승하는가 하면, 19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성년축하기념 및 선현 유적지 탐방 등 타 단체의 귀감이 될 만한 단체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뿐만 아니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불우이웃들에게도 선뜻 손을 내밀어 지역복지 창달에도 모범을 보여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문화보존에 있어서 세대 간 소통 역할도 앞장선 단체이기도 하다.
이처럼 회원이 합심일체 자긍심과 소속감을 갖고 문화보존의 선구자 역할로 존경을 한 몸에 받던 단체가 몇 년 전부터 시들해진 이유가 궁금했다. 이 대목에 김 회장은 한동안 허공을 웅시하다가 자세를 고쳐 잡고 말을 이어갔다.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겠다며 가입하신 선배님들이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병중에 계시거나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재수·주정웅·안영준 전임 회장님들이 그 케이스지요. 그러다가 직전회장이신 이유경 회장께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물러나면서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간간이 산신제만 올리고 상황이 꼬여버렸어요.”
선장(?)이 떠나가고 조직이 침몰위기에 처하면서 회원들이 뿔뿔이 흩어진 건 당연지사. 김 회장은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아니 막연히 아프다기보다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에 수많은 나날을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 “그래, 다시 살려내자!”
내가 사는 고장의 자랑스러운 전통에 대한 명맥을 잇고, 잊혀져가는 향수를 되살리며 주민들을 응집시켜 자긍심을 갖게 하겠다는 것이 그의 기본취지. 뜻있는 회원들의 호응을 얻으며 만장일치로 취임한 지난 2월.
그는 “고유한 문화유산과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일에 많은 주민들이 동참해 달라”며 “참된 도덕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가 가진 열정을 모두 불사를 것”이라는 말로써 취임의 변을 밝혔다.
예전 한때 60-70명의 회원을 보유했었으나 지금 다시 뭉친 회원은 33명. 이들은 “전통문화가 사라지면 그 고유성과 가치가 영구히 손실된다는 것 잊어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하고 “전통문화 보존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김 회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취임한 후 첫 과제인 ‘한신대동산신제’ 봉행(11월2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 “매년 음력 10월1일을 기점으로 제(祭)를 올렸지만 평일인지라 하루 늦춘 토요일을 택했다”는 그는 “전통과 예향의 맥을 이어가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문화적 전통은 정체성과 유산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안타까운 것은 젊은 세대가 자신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이 낮아짐에 따라 전통이 희석되거나 유실된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세대 간 소통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과거, 현재, 미래의 연속성을 만드는데 주춧돌 역할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한편 김 회장은 2007년 장인장모 가업을 이어받아 정릉4동에서 오리주물럭 맛집으로 유명한 ‘오리궁뎅이’ 식당을 17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2010년도엔 ‘마마우동’전문점도 오픈, 요식업 대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과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남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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