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나누며 '행복바이러스' 감염" 이용현 길음1동 '천안문' 중화요리식당 대표지역아동, 어르신까지 그의 손맛에 '중독'…새마을지도자協 동회장, 구 총무까지 맡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 크게 내세울 게 못 돼요. 되레 그분들(수혜자)로 인해 제 삶이 윤택해지고 행복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올 초부터 성북구 길음1동 17곳의 경로당을 순회하며 자신의 업소에서 만든 수타 짜장면과 탕수육을 제공하고 있는 이용현 길음1동 천안문 중화요리전문식당 대표(45·사진).
그는 자신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고, 사비를 털어 짜장면 봉사를 하는 것에 대해 주변사람들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겠다”는 우려에 손사래 친다. “봉사를 통해 제가 얻는 보람과 행복은 돈과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라는 것.
2012년 10월, ‘천안문’이란 상호를 내걸고 중화전문식당을 오픈한 그가 짜장 봉사를 하게 된 결정적 동기는 길음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로부터 “지역에 편부모가정과 틈새계층에 놓여있는 청소년들이 꽤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한창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 배를 곯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망설일 틈도 없이 짜장면을 배불리 먹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에 길음종합사회복지관 측은 수혜청소년들을 선정해 쿠폰을 발행했으며, 이 대표는 식당을 찾은 학생들에게 짜장면을 제공하다가 아이들이 위축될 것이라고 판단, 짜장면을 아예 가정으로 배달했다. 그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씀씀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후 그의 봉사영역은 확대됐다.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 가운데 생신을 맞은 노인을 대상으로 연 4회(3·6·9·12월) 첫째 주 수요일을 택해 짜장면을 제공하는가 하면, 복지관 생활지원사가 “형편이 어려운 홀몸어르신”이라며 수시로 모시고 와도 환한 얼굴로 응대하며 짜장면을 대접한다.
이 대표의 봉사활동이 만개하고 있는 걸까. 지난해 8월, 4년 공석이던 동 새마을협의회장 직함까지 덜컥 떠안아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 이 대표가 새마을협의회 동 회장을 맡게 된 건 길음동이 뉴타운지구로 탈바꿈되면서 타 지역 주민들이 유입된 데다, 코로나 등의 이유로 단체가 휴지기 국면상태였다고.
이를 안타까이 여긴 당시 이호린 성북구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이 이 대표를 찾아와 ‘동 회장을 맡아 달라’고 간청하는 통에 받아들이고 말았는데, 성북구새마을협의회 총무 직책까지 주어져 ‘(봉사)초고속 승진’했다는 얘기가 나돌 만큼 봉사에 물이 오르고 있는 것.
이 같은 이 대표의 봉사활동을 눈여겨본 이영리 동 주민자치회장은 그의 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지역주민들과 유대감을 강화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체계적으로 수순을 밟자고 손을 내민 것. 그때 오간 주된 얘기가 ‘孝짜장 데이’로 이름지어 이용현 대표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이영리 회장은 두유 10박스를 지원하기로 한 것. 올해 초 그가 동 주민자치회에 입문한 것도 “보다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에 마중물 역할을 선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귀띔.
‘짜장 봉사’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새벽 4시에 기상한다는 이 대표. 밀가루를 익반죽해 세 시간가량 숙성시켜 면을 뽑고, 돼지고기, 양파, 배추, 호박 등 신선한 재료들을 잔뜩 썰어 넣어 무쇠 웍에 볶고, 짜장도 볶고, 탕수육도 튀기느라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그는 “봉사는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스스로 빠지게 된다”고 봉사의 묘미를 전했다.
“봉사는 결국은 내 만족이더라고요. 스스로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그 시너지를 받아 활력을 찾고…, 이만한 행복이 어디 또 있을까요. 봉사에 중독돼 불치병이 됐나 봅니다. 어떤 봉사로 사람들을 또 행복하게 해드릴까, 상상만 해도 마음은 훨훨 날거든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천의 얼굴로, 온 정성과 사랑을 바쳐 완벽하게 일을 매듭지을 줄 아는 이용현 대표. 그이야말로 이 사회가 요구하는 진정한 일꾼 아닐까. 명실상부한 민간사회 복지중심에 서 있는 그에게 기대가 실리는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닐 터. 희망을 꿈꾸는 길음1동 3만5천 주민들의 염원일 듯이지 싶다. <남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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