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Work out·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신청하며 표면화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는 여전히 커다란 리스크로 남아 있는 가운데 한국의 금융기관·증권사 일부가 부동산 대출 부실 등 여파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기관 간 상호거래 증가 추세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는 권고가 외국 경제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지난 5월 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Bloomberg)’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레나 쿽(Rena Kwok)’ 애널리스트(Analyst·분석 전문가)는 ‘한국의 부동산 분야 스트레스가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것인가’라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등을 인용해 이같이 평가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은행·보험사의 경우 부동산 부문 익스포저(Exposure·위험 노출액)는 크지 않고 손실 흡수 능력도 갖추고 있으므로 비은행권의 부동산 대출 문제가 시스템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지만,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에서 ‘레나 쿽(Rena Kwok)’ 애널리스트는 “금융 불안정이 발생할 경우 시스템적 위험을 피하려면 금융기관 간 상호거래를 주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금융기관 간 상호거래는 전 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3,554조 원 규모였는데, 이 중 은행과 비은행 간 상호거래는 1,236조 원(34.8%)이었고, 비은행권 내 상호거래는 2,145조 원(60.3%)에 달했으며, 은행권 내 상호거래는 174조 원(4.9%)이었다. 보고서는 한국 부동산 분야의 디폴트(Default·채무 불이행) 전염 위험이 크진 않다면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이 고조되고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게 될 경우는 더 큰 압력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디폴트 전염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뎁트랭크(DebtRank·금융 시장 내 특정 업종의 부도 충격이 확산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 합계가 전체 금융 시장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는 지난해 2분기에 0.34를 기록해 전년 동기 0.37보다는 내려온 바 있다. 뎁트랭크 수치가 높으면 한 업종이나 기업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시장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충격이 온다 해도 한국 금융기관들은 회복 탄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레나 쿽(Rena Kwok)’ 애널리스트는 짚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은행 및 비은행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 비율이 양호했으며, 지난해 10월 일반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단기 유동성 규제 비율로서 은행이 유동성 부족에 대비하여 보유한 고유동성 자산 규모를 30일간의 유동성 스트레스 시나리오 하에서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눈 비율·고유동성자산·향후 30일간 순현금유출액(현금유출액-현금유입액)×100)’도 원화(110.5%)와 외환(154.7%) 모두 감독기준을 넉넉히 넘어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유동성 대응능력은 감독기준을 살짝 웃도는 만큼, 부동산 경기 둔화와 높은 단기금리 등을 감안할 때 자금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말 증권사의 조정 유동성비율은 104.3%에 그쳐 감독기준인 100%보다 불과 4.3%포인트 높았기 때문이다. 조정 유동성비율은 잔존만기가 3개월 이내인 유동성 부채 및 채무보증의 합산액 대비 잔존만기가 3개월 이내인 유동성 자산의 비율로 계산하며, 이 비율이 100% 아래면 우발 채무 발생 시 자체 유동성을 통해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증권사의 PF 관련 대출 연체율은 타 금융기관과 비교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3.37%였던 증권사 PF 관련 대출의 연체율이 지난해 3분기 말 13.85%, 4분기 말 13.73%로 상승한 상태다. 저금리와 부동산 가격 상승 시기에 PF 사용이 늘어났고, 증권사들은 PF 대출을 증권화해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해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에도 전 세계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비은행 금융)’의 실태를 보도하면서, 한국이 부동산 시장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그림자 금융 분야에서 면밀히 관찰해야 할 약한 고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한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는 926조 원으로, 10년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111조 원의 PF 대출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씨티은행은 추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로 PF 부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6.55%로, 1년 새 2배로 증가하는 등 빠르게 부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사 등 PF 채무자에 대한 구조조정이 PF 대출을 실행한 비금융권의 부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지난 2021년 금리 인상 이후 부동산 침체로 관련 PF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티로웨프라이스와 노무라홀딩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잇따라 한국 그림자 금융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제기한 우려가 한국은행 등 국내 보고서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인지라 우리 금융당국도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내용인 데다, 기사도 시스템적 위기로 보고 비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해외 유력 경제전문 매체가 일주일 간격으로 한국의 부동산발 금융부실 가능성을 보도한 것은 이례적으로 금융당국은 긴장하고 대책을 강구(講究)해야 한다. 국제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국내 비은행 금융권의 자산 규모는 2022년 1조 950억 달러(약 1,508조 원)로 10년 전과 비교해 부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블룸버그는 FSB 보고서를 인용해 “그림자 금융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거래 활동 수준은 한국이 선진국들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비은행 부문이 보유한 부동산금융은 지난해 전년 대비 4.5% 증가한 926조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배가 넘는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PF 부문이 타격을 입으면서 전국 79개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6.55%를 기록해 전년 대비 3.14%포인트 급등해 1년 만에 2배로 치솟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이보다 더 올라가 7~8%대로 뛴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속도대로 연체율이 상승하면 6월 이후엔 10%대로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씨티그룹은 한국 금융당국의 부실 PF 정리 노력이 이어지면서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5월 10일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착륙 대책으로 ‘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PF 정상화 방안’을 통해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부실 사업장은 정리 수순에 들어가고 정상 사업장에는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PF 정상화 방안’에는 정상 사업장에 은행과 보험사들이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PF 채권을 인수할 때 건전성 분류를 ‘정상’으로 해주는 방안을 담을 것이라고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부실 사업장에 대해선 매각, 재구조화 등 정리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인데 사업성이 부족한 PF 사업장을 걸러내기 위해 ▷양호(정상) ▷보통(요주의) ▷악화 우려(고정 이하) 등 기존 3단계였던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회수의문을 추가한 4단계로 세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회수의문’ 단계에 속하는 사업장은 대출의 75% 이상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 만큼 경·공매와 재구조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만기 연장 정족수 문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PF 대주단이 66.7%만 찬성하면 만기는 연장이 되지만 이를 75%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부실 사업장이 대출 만기를 계속 연장해 산소호흡기 방식으로 연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또한 매각이 더딘 부실 사업장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길 경우는 향후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는 지난해부터 1조 원 규모의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하고 부실 사업장 매입에 나섰다. 기존 사업자의 버티기로 현재까지 성사된 거래는 2건에 불과해 매각에 나서게 할 유인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하다. 캠코는 최근 2,000억 원 규모로 저축은행 PF 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매입 가격과 사후정산 방식을 두고 업계와 이견이 있는 것이라 전해지고 있다. 캠코에서는 대출원가의 16~17%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업계는 매입 가격이 낮다는 입장이다. 캠코가 일정 가격으로 채권을 사들인 뒤 되파는 과정에서 추가 손실이 나면 저축은행은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한다. 사후정산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익이 나는 경우엔 저축은행이 이익을 공유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국 3,000여 개에 달하는 PF 사업장 정리에 속도가 높아지면 역설적으로 위기설이 확산할 위험성도 있는 만큼 적절한 속도 조절도 요구됨은 당연하다. 금융당국은 또 여유 자금이 있는 은행과 보험사가 PF 사업장 재구조화를 위해 공동대출 및 펀드 조성에 나설 경우는 건전성 분류를 상향하거나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인센티브 제공도 대폭 키워야 한다. 이와 함께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금융사의 부실 확산을 막을 과감한 선제 대응책도 함께 준비해야 할 것이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역임/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연락처 ☎010.5665.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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